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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매일] 술과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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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울산변호사회 작성일17-09-04 09:07 조회3,9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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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변호사
 
 
최근 들어 음주 관련 범죄 사건을 선임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개인적으로야 수입이 느는 일이므로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막상 음주로 인한 범죄로 변호사를 선임해야하는 고객들 입장에선 아주 비싼 술을 먹은 셈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비싼 술만 먹은 것으로 그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상황의 심각성이 있다. 
 
각종 매스컴을 통해서 음주로 인한 각종 범죄 발생에 대한 사회적 경고가 있어왔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술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음주 운전 및 이로 인한 교통사고, 택시운전사에 대한 폭행, 공무를 집행하는 경찰관에 대한 폭행, 술자리에서의 폭행, 술자리를 벗어난 이후의 폭행, 가정폭력, 여성에 대한 성폭력 및 아동에 대한 학대 등 거의 모든 범죄엔 예외없이 술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술만 마시지 않았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범죄가 만취한 상태에서 즉, 통제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술만 마시지 않았다면 결코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주변의 일반적인 평이다. 평상시라면 전혀 그런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닌데도 폭력범이 되고, 공무집행방해범이 되고, 성폭력범이 되고, 가정폭력범이 되는 것이다. 모두가 술을 과도하게 마시고 통제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직업적으로 이런 일들을 자주 목격하게 되고 그로 인한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을 변호할 때마다 안타깝기도 하고 아직도 우리 사회가 술에 대해 너무 관대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같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과거 실제 형사재판 과정에서 술에 취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실제로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이라고 해서 형을 감경하는 정상참작의 요소로 삼아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술에 취해 저지른 범죄라고 해서 경찰이나 검찰, 법원에서 봐주는 일이 없다.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꼼짝없이 실형을 선고받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이다. 당장 실형을 선고받게 되면 정말 갑갑해진다. 집안의 경제를 책임지는 가장이 이런 범죄를 저질러 영어(囹圄)의 몸이 될 경우 남은 가족의 생계에 큰 영향을 미칠뿐 더러,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 본인의 앞길도 먹구름이 끼게 될 공산이 크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큰 악영향을 미치는 술의 악영향에 대해 사람들이 막상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한다는데에 있다. 막상 일이 벌어지고 난 후에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도리어 술에 취해 저질러진 범죄를 당사자인 본인은 전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저질러진 결과와 목격자와 피해자의 진술에 따라 처벌되는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손도 제대로 쓰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일이 많다.  
 
운전이 필수적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일지라도 음주운전으로 입건되는 경우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되어 직업을 잃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기업이나 공무원들의 경우에도 음주운전으로 인한 범법행위, 음주상태에서의 공무집행 방해, 음주상태에서의 성폭행은 바로 직업적 운명과 직결된다. 특히 공무원의 경우 기소가 되면 바로 소속부처에 통보가 되어 직위해제가 되고, 징계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금고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 파면될 수도 있다. 평상시라면 전혀 그런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닌데도 술이 사람을 잡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술은 적당히만 마신다면 건강에 도리어 좋을 수 있고, 사람들간의 친목과 대화의 윤활유 역할도 할 수 있다. 사실 직장 회식이나 사회적 모임에서 술 없는 회식이나 모임을 상상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적당히 술을 마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적당히 마실 수 있는 분이라면 술을 즐기면서 마시면 될 것이고, 이 글과는 아무 관련 없는 분일 것이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자기 자신이 더 이상 술을 적당히 마실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거나, 술로 인해 각종 문제에 노출된다고 생각 하기 시작 했다면 그때부터는 그 누구도 의식하지 말고 자기 자신과 가족을 위해 술과 자기 자신의 관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시기를 권유 드린다.  
 
술 없이 인생에 무슨 낙이 있느냐고 생각하시는 분께는 술 외에도 인생의 낙은 많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그러나 그 낙은 각자기 찾아야 할 것이다. 다만 술이 인생의 낙이라면 그 인생은 얼마나 불쌍한 인생인지, 그리고 굳이 위험하고 통제도 하지 못할 술을 인생의 낙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또 무엇인지,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것을 권유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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