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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 숲에 난 오솔길은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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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울산변호사회 작성일17-07-12 10:41 조회3,9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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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규 법무법인 재유 울산대표변호사


필자의 사무실은 울산지방법원 앞에 위치한 옥서초등학교 정문 앞 3층이다. 1층에는 법무사 사무실 3개가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 언젠가 담배를 피우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었다. 그 때 법무사 여직원 중 한 분이 나름 심각하게 후면 주차와 배기가스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다. 1층 사무실은 환기를 위해 오후 시간대에 간혹 출입문을 열어두는 경우가 있는데 1층 주차장을 이용하는 고객의 운전기사가 후면주차하면 차량의 배기가스가 사무실로 그대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참다못해 기사에게 정중하게 전면주차를 부탁했는데 자기는 후면주차가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단박에 거절했다고 한다. 잠시 앞으로 차를 뺀 다음 다시 전면주차하면 될 터인데 그것이 귀찮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네가 불편하면 사무실 출입문을 닫으면 될 것이지 니가 뭔데 나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는 의미였을 것이다. 우리는 아파트에 꽃밭이 있으면 후면주차를 하지 않는다. 하물며 사람이 차량의 뒤쪽에 있으면 후면주차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일요일 아침에는 십중팔구 월드FC 조기축구회에 나가서 공을 찬다. 장마철, 온도와 습도가 함께 높은 때로 뜨거운 햇살과 인조잔디의 열기까지 높아 그라운드에 들어가면 그대로 한증막을 연상시킨다. 이럴 때면 팀워크가 좋은 축구팀의 구성원 간에도 불쾌지수로 인해 짜증이라는 감정이 나타날 수도 있다. 축구는 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수비 시에는 커버플레이를 통한 협력수비나 공격 시에는 공간을 이용한 움직임과 그에 따른 적절한 패스가 필수적인 경기이다. 따라서 자신이 힘들더라도 동료를 위해 한 발 더 뛰어주면 팀워크가 살아나고,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더라도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위한 대화를 한 번이라도 더 하면 수비와 공격에 있어서 유기적인 플레이가 가능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햇볕에 잔뜩 달궈진 뜨거운 갑판위에서 용접을 해야하는 조선소나 냄새가 심한 석유화학공단, 뜨거운 햇볕과 높은 습도를 견뎌야하는 건설현장에서도 불쾌지수를 이길 수 있는 팀워크와 동료에 대한 배려가 필수적이다. 생산과 건설현장에서 힘든 하루일과를 마치고 온 가장에 대해서는 가족들의 격려가 더욱 필요하다. 땀이 범벅되고 힘든 노동자들도 자신이 가장 힘들때 오히려 가족들에게 환하게 웃으면서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다면 진짜로 멋진 가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은 초복이다. 삼계탕 집과 냉면집이 만원이 될 것이다. 삼결살집에도 손님들이 붐비기 마련이다. 뜨거운 숯불이나 불판 그리고 에어컨이 함께하는 공간이다. 거기다가 김치나 상추, 마늘의 추가를 요구하는 손님들과 이를 신속하고 묵묵히 이행하는 거기다가 불판까지 새로 바꿔주는 아주머니들의 땀이 함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친구들이나 가족들의 원기를 보충하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즐거운 시간과 손님이 많고 일이 많아도 서빙하는 아주머니의 주머니 사정은 일치하지 않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럴 때 수고하는 아주머니들에게 고생이 많다는 덕담을 한마디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거기다가 고기를 잘라주고 여기저기의 테이블에서 중구난방으로 요구하는 부족한 밑반찬을 땀을 흘리면서 배달하는 아주머니들에게 작은 팁이라도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 ‘소통은 숲속으로 난 소로나 오솔길이다’라는 말을 한다. 숲은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사람에게 길을 내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숲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숲에 차길을 내 편하게 숲 전체 곳곳을 둘러보고 싶어할 것이다. 거기서 숲과 사람은 오솔길이라는 배려와 소통의 공간을 마련했다. 소통은 나의 소중한 부분에 대해 그 가치를 인정을 해주어야하고 모든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요구하고 그것을 받아들일 때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숲은 시원함과 풍부함과 넉넉함을 유지할 수 있고, 사람은 그 숲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칭찬만이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소통과 배려도 상대를 춤추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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