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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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울산변호사회 작성일17-09-04 09:15 조회4,05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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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면주 울산변호사회 회장
약수터 언저리에 이른 얼굴을 내민 코스모스에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매달려 하늘거리는 것을 보니 올 더위도 꽁무니가 보이는 듯 하다.
인간의 마음이 아무리 조변석개하여도 자연의 이치는 변함이 없다. 처서가 지나자 조석으로 서늘한 기운이 돌아 도타운 이불을 찾게 된다. 올해는 윤오월이 들어서 그런지 유월염천이 유난히 길었다. 처서와 백로 사이의 이 시기를 이해인 시인은 “꽃이 진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익어가는 날들은 행복하여라/ 가을엔 너도 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라고 읊었다. 긴 장마와 폭염 그리고 태풍을 이겨낸 결실이 온 천하에 익어가고, 인간의 마음 또한 풍요롭게 넉넉해져야 할 절후다.
계절의 이치가 이러함에도 우리네 마음은 아직도 어수선하고 무거울 뿐 풍요롭고 평화로운 가을 기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을 인질로 삼아 미국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김정은의 불장난이 가슴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 봄에는 대통령 탄핵과 구속 등 시절이 하수상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유행했는데, 올 가을 또한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듯하다.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절대 명제를 생각하면 어떤 경우든 대화로 문제를 풀어 나가야함이 순리인 것 같지만 그간 북한의 대화놀음에 여러 번 속다 보니 영 미덥지가 못하다. 그렇다고 선제공격을 감행해 단호한 대응을 하자는 것은 갖은 고생 끝에 이제 겨우 살 만한데 다시 폭망의 길로 접어들 것 같아 선뜻 호응하기 어렵다. 그놈의 국제 제재는 수년을 이어지고 있지만 핵무기는 완성됐고, 북의 경제는 한고비를 넘긴 듯 보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할 참 답답한 현실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정치 지도자들이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머리를 맞대어 묘수 찾기에 고심해도 시원찮을 판에 정파적 이익 때문에 서로를 탓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임진왜란 발발 2년 전 풍신수길의 조선 침략의도를 살피기 위해 일본으로 파견된 서인 황윤길과 동인 김성일은 당파이익을 앞세워 각기 다른 보고를 하는 바람에 전 국토가 왜의 군대에 유린당하고 말았다. 뒤 이어 벌어진 정묘호란과 인조가 땅바닥에 머리를 찧는 삼전도 굴욕으로 마무리된 병자호란도 그 근원은 조선 정치세력 간의 지나친 다툼에 있었다. 구한말 척사파 최익현은 “내 목을 자를지언정 상투를 자를 수는 없다” 며 개화파와 실없는 명분 싸움을 치열하게 벌였지만 결국 나라를 말아 먹고 말았다. 해방 이후에도 정치 지도자들이 여러 갈래의 노선 투쟁에 몰두하다 결국 분단된 조국을 만들고 말았다. 지금 우리는 유사 이래 최고의 경제적 풍요와 자유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지만 정치 지도자들의 당파적 근성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충돌지점에 위치하고 있고, 서로 용납할 수 없는 사상인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이념의 경계선 상에 있기 때문에 외침과 내부 분란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운명이자 팔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팔자 탓만 하면서 언제까지나 주변 열강에 휘둘리며 전쟁의 공포 속에 살 수는 없다. 최소한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만이라도 정치 지도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국론통일을 위해 고심하는 모습을 민초들은 보고 싶어 한다. 자기들의 방식만이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길이라고 서로 우기는 것은 결국 나라를 거덜내는 지름길이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한 목소리로 분명한 방향을 제시한다면 그것이 일전불사의 길이라 해도 의병의 피가 흐르는 이 땅의 민초들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무시기불공(無恃其不攻), 시오유소불가공야(恃吾有所不可攻也)’ 즉 ‘적이 공격하지 않기를 믿지 말고, 적이 공격하지 못하는 까닭을 내가 가지고 있음을 믿어라’는 손자병법의 구절을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 깊이 새겨 줄 것을 바라는 것이 민초들의 간절한 추심(秋心)이다.
인간의 마음이 아무리 조변석개하여도 자연의 이치는 변함이 없다. 처서가 지나자 조석으로 서늘한 기운이 돌아 도타운 이불을 찾게 된다. 올해는 윤오월이 들어서 그런지 유월염천이 유난히 길었다. 처서와 백로 사이의 이 시기를 이해인 시인은 “꽃이 진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도 익어가네/ 익어가는 날들은 행복하여라/ 가을엔 너도 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라고 읊었다. 긴 장마와 폭염 그리고 태풍을 이겨낸 결실이 온 천하에 익어가고, 인간의 마음 또한 풍요롭게 넉넉해져야 할 절후다.
계절의 이치가 이러함에도 우리네 마음은 아직도 어수선하고 무거울 뿐 풍요롭고 평화로운 가을 기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을 인질로 삼아 미국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김정은의 불장난이 가슴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 봄에는 대통령 탄핵과 구속 등 시절이 하수상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유행했는데, 올 가을 또한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듯하다.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절대 명제를 생각하면 어떤 경우든 대화로 문제를 풀어 나가야함이 순리인 것 같지만 그간 북한의 대화놀음에 여러 번 속다 보니 영 미덥지가 못하다. 그렇다고 선제공격을 감행해 단호한 대응을 하자는 것은 갖은 고생 끝에 이제 겨우 살 만한데 다시 폭망의 길로 접어들 것 같아 선뜻 호응하기 어렵다. 그놈의 국제 제재는 수년을 이어지고 있지만 핵무기는 완성됐고, 북의 경제는 한고비를 넘긴 듯 보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할 참 답답한 현실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정치 지도자들이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머리를 맞대어 묘수 찾기에 고심해도 시원찮을 판에 정파적 이익 때문에 서로를 탓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임진왜란 발발 2년 전 풍신수길의 조선 침략의도를 살피기 위해 일본으로 파견된 서인 황윤길과 동인 김성일은 당파이익을 앞세워 각기 다른 보고를 하는 바람에 전 국토가 왜의 군대에 유린당하고 말았다. 뒤 이어 벌어진 정묘호란과 인조가 땅바닥에 머리를 찧는 삼전도 굴욕으로 마무리된 병자호란도 그 근원은 조선 정치세력 간의 지나친 다툼에 있었다. 구한말 척사파 최익현은 “내 목을 자를지언정 상투를 자를 수는 없다” 며 개화파와 실없는 명분 싸움을 치열하게 벌였지만 결국 나라를 말아 먹고 말았다. 해방 이후에도 정치 지도자들이 여러 갈래의 노선 투쟁에 몰두하다 결국 분단된 조국을 만들고 말았다. 지금 우리는 유사 이래 최고의 경제적 풍요와 자유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지만 정치 지도자들의 당파적 근성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충돌지점에 위치하고 있고, 서로 용납할 수 없는 사상인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이념의 경계선 상에 있기 때문에 외침과 내부 분란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운명이자 팔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팔자 탓만 하면서 언제까지나 주변 열강에 휘둘리며 전쟁의 공포 속에 살 수는 없다. 최소한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만이라도 정치 지도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국론통일을 위해 고심하는 모습을 민초들은 보고 싶어 한다. 자기들의 방식만이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길이라고 서로 우기는 것은 결국 나라를 거덜내는 지름길이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한 목소리로 분명한 방향을 제시한다면 그것이 일전불사의 길이라 해도 의병의 피가 흐르는 이 땅의 민초들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무시기불공(無恃其不攻), 시오유소불가공야(恃吾有所不可攻也)’ 즉 ‘적이 공격하지 않기를 믿지 말고, 적이 공격하지 못하는 까닭을 내가 가지고 있음을 믿어라’는 손자병법의 구절을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 깊이 새겨 줄 것을 바라는 것이 민초들의 간절한 추심(秋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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