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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 영화 ‘1987’과 변사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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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울산변호사회 작성일18-02-26 10:35 조회3,9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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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1987년 1월14일 당시 치안본부(현 경찰청)의 대공수사부서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받던 스물두살의 대학생 박종철이 고문으로 사망했고 이를 영화화한 ‘1987’이 최근 상영됨으로써 다시금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영화를 보면 당시 치안본부 대공처장을 비롯한 권력수뇌부에 의한 고문치사 은폐 시도가 검사와 기자, 교도관, 대학생, 신부 등의 용기있는 행동에 의해 좌절되고 마침내 박종철 군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제대로 밝혀진다는 묵직한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박종철 군의 사체에 대한 화장동의서에 날인을 거부한 검사(하정우)의 모습이 영화의 전반부에 등장한다. 권력수뇌부와 경찰은 박종철의 사체를 화장시켜 고문치사의 증거를 인멸하기를 강력히 원했고 경찰 조직은 일사불란했는데도 왜 원하는 대로 되지 못했을까?

형사소송법 제222조는 ‘변사자 또는 변사의 의심있는 사체가 있는 때에는 그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검찰청 검사가 검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무상으로는 사람이 사망하면 의사가 사체를 검안, 연로해 사망하는 자연사와 병으로 사망하는 병사를 가리고 그 외에는 변사로 분류되며, 변사체가 발견되면 경찰은 사체를 확인하고 유족과 관계자들의 진술을 듣는 등으로 내사해 변사사건 보고서를 작성하고 검사로부터 변사지휘를 받게 돼 있다. 검사는 경찰의 변사사건보고서를 통해 사인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부검을 하지 않고 사체를 유족에게 인도해 장례를 치르도록 지휘하고, 의문이 있다고 판단하면 사체를 부검해 사인을 규명한 후 사체를 유족에게 인도하도록 지휘하게 된다. 이러한 변사체에 대한 검시 절차가 끝나면 검시필증을 유족에게 교부하게 되고 이 검시필증이 있어야 사체를 매장하거나 화장할 수 있게 된다. 검사가 부검지휘를 하게 되면 사법경찰관은 부검영장을 신청해 판사로부터 부검영장을 발부받아 검사와 경찰관 및 유족 대표의 입회하에 부검의에 의한 부검을 진행하게 되고 부검 과정은 사진 촬영이 되고 부검의는 부검보고서를 작성하게 되고 그 부검보고서는 변사체의 사망원인의 주요 증거로 된다.

유족의 입장에서는 통상적으로 부검을 원하지 않고 신속히 장례를 치르고 싶어 하지만 변사사건의 사체는 일단 화장되어 버리면 뒤늦게 살인의 혐의점이 나타나도 사체를 통한 타살의 증거를 확보할 수 없어 사건의 실체 규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부검 여부의 결정은 신속하면서도 신중해야 한다.

그러므로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에 있어 경찰은 자신들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가급적 빨리 사체를 화장해 버리기를 바랐지만 법제도상으로 변사체에 대하여는 검사가 경찰에 대해 변사지휘를 하도록 돼 있어 허위 내용으로 변사보고서를 만들어 검사에게 보내지 않을 수 없었고, 별도로 하정우 검사에게 부검지휘를 하지 말고 바로 사체를 유족에게 인도하여 화장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협박도 하고 부탁도 했던 것이다. 당시 경찰의 입장에서는 일단 화장만 해버리면 유족은 회유하거나 적당한 핑계를 통해 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하정우 검사는 경찰이나 권력 수뇌부로부터 부검지휘를 하지말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부검지휘를 강행했고 그 부검을 통해 박종철 군의 고문치사의 증거가 확보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후에도 고문치사를 주동하거나 가담한 경찰관들이 누구인지를 둘러싸고 경찰에 의한 사건 축소, 은폐 조작이 더 있었지만 그날 하정우 검사가 부검 지휘를 하지 않았다면 박종철 군 고문치사사건은 그대로 묻혔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오래지 않은 과거의 교훈으로 보더라도 적어도 변사사건의 처리에 있어서는 검사의 개입없이 경찰의 판단만으로 변사체가 화장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최근 수사권 조정에 관한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안에서도 검사의 변사사건 지휘권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했다니 다행이라 여겨지며, 검·경간의 조정에서도 유지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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