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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 민망(憫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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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울산변호사회 작성일19-01-23 09:49 조회3,4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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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면주 울산변호사회 회장
 
 
진보분열로 대안 제시못해

젊은세대에 실망만 안겨줘

민생우선 경제정책 펼치길
 
 
또 한해가 저무는 크리스마스이브다. 이맘때쯤이면 누구나가 유수와 같은 세월의 흐름을 되돌아보게 된다. 세월이 가서 자신이 늙는 건지 자신이 늙어서 세월이 간 건지도 구분이 힘들어지면서 한편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장자가 나비가 되어 팔랑이며 날아다니는 꿈을 꾸다가 깨어나니 장주인 자신이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장주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구별 할 수 없었다는 호접지몽(胡蝶之夢) 얘기가 실감이 난다. 장자는 물아의 구별이 없는 물아일체의 경지를 표현한 것이라 하지만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범부들에게는 이 또한 꿈같은 경지이다.

아무튼 올 한해는 참으로 민망(憫惘)한 일이 많았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전직 대통령이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모습, 법의 최종 심판자였던 대법관들이 후배 법관들 앞에서 구속을 면해 줄 것을 호소하는 장면, 매년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던 노시인을 필두로 문화계 인사들의 씁쓸한 뒷모습, 미투 운동 한방에 나가떨어진 유력 정치인들, 신체 중요 부위의 점을 확인하기 위하여 병원을 들락거리는 대권주자 등 모두가 참담할 정도로 민망한 일이었다. 이것으로 끝나는가 싶더니 전 광주 시장이 전 영부인 사칭 사기를 당하는 사건에서 그 정점에 도달한다. 이어서 검찰6급 직원이 청와대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는 민망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나이를 좀 먹은 사람들이야 현대사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장면들이라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순수하고 정의감이 넘치는 젊은이들에게는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젊은이들은 대통령 탄핵으로 진보정권이 들어서면서 헬조선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충만하였으나, 오히려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이런 민망한 일까지 벌어지니 실망을 넘어 절망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따지고 보면 전 정권이 무능과 불통, 최순실 개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로 스스로 몰락한 이후 반사적 이익으로 진보정파가 집권하였다. 당시 진보진영은 분당을 거듭하면서 당내 계파 싸움에 골몰한 나머지 헬조선을 해피조선으로 바꿀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애초 큰 성과를 기대할 일은 아니었다.

사실 정의의 깃발은 전지전능한 신(神)이 들고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욕망으로 뭉친 인간들이 들고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때로는 깃발을 너무 높이 들어 쳐다보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깃발 든 자들의 아귀다툼으로 깃발이 땅바닥으로 내쳐지기도 한다. 진보와 후퇴를 거듭하면서 정의의 깃발은 조금씩 전진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해피조선에 대한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젊은이들에게 정의 사회에 대한 꿈이 없다면 그 사회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 40세에 일약 대통령이 되어 프랑스 우파개혁의 기수로 주목 받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노란조끼 부대의 과격한 시위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 현 정부와는 반대로 법인세 완화, 기업규제 완화, 노동유연성 확보, 공무원 감소를 통한 작은 정부의 지향 등 자유주의 우파 이념에 입각한 정책을 시행해 왔다. 마크롱 정부는 친환경경제로의 전환과 환경오염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유류세 인상을 발표하였다. 이에 프랑스 시민들은 마크롱 정부가 기업들에게는 세금을 삭감해 주면서 서민들에게 세금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노란 조끼시위를 시작 마크롱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었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유류세 인상 계획의 중단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절대왕정을 종식시키고 자유 평등 박애의 깃발을 올린 프랑스 혁명도 초기 지도자인 로베스피에르가 공포정치와 경제정책의 실패로 자신이 만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등 부침을 거듭하면서 전진하였다. 이렇듯 경제적 뒷받침 없이 기존의 관습이나 체제를 변화시키는 일은 쉽고 간단한 일이 아니다. 짐승의 가죽을 벗겨내어 털을 없애고 무두질하여 새로운 가죽으로 만드는 작업이 개혁의 어원인 것을 보더라도 그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내년에도 더 많은 민망스러운 일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깃발 올린자의 오만을 내려놓고 민생 우선의 경제정책과 끊임없는 소통으로 민망(憫惘)이 민망(民望)으로 변화하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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